2020-01-21 09:37

'생명의 나무'展 박초월 "사진가는 느리게 걷는 사람"

이윤기 기자

00000032.jpg

사진작가 박초월. 포레스트 DB ⓒ forest-news



"천천히 걸으면서 충분히 봐야한다. 당신이 놓치고 간 걸 찾아주는 사람이 바로 사진가이다."


'순수의 원형 : 생명의 나무' 전시를 진행중인 박초월씨가 사진작가에 대해 "세상 사람들보다 느리게 걷는 사람"이라며 이같이 정의했다.


그는 "더 큰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될 2020년(庚子年)을 준비하기에 앞서 한 템포 차분해져야 하는 연말에 '생명의 나무'와 함께 그 순수한 숲 속에서 잠시 마음 하나 쉬어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소개했다.


이달 31일까지 소테츠호텔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코닝 마스터픽스 어워드'에서 '골드마스터'를 수상하면서 프랑스 파리에 초청돼 전시했던 작품들과 올해 7월 16부작으로 성황리에 종영한 윤균상, 금새록 주연의 OCN 수목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에 협찬했던 작품 등 모두 20여점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생명의 나무'는 5년여의 시간 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작업한 작품들로 인간 본연의 순수성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 작업 중 첫 번째 시리즈"라며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가 우주의 기본 4원소라 주장한 공기·물·흙·불 중에서 인간의 삶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3원소(공기·물·흙)의 에너지를 담아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 중심에 있는 '생명의 나무'는 순수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다시 연결하고 극도로 개인화 되어버린 '나와 너'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생명의 매개체로 자리한다"고 강조했다.




KakaoTalk_20191204_145645574_02.jpg



다음은 박초월 작가와 일문일답.



#카메라가 작가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페이스북에 수시로 ‘먹방’ 올리는 걸 좋아하고 서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해운대 달맞이길 '퍼주는집'의 '톱밥 아나고'를 사랑한다(웃음). 물론 한 달에 한 번 아이들과 캠핑을 떠나는 나름 노력하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고 사진 작업의 밑천이 되는 상업적인 활동도 연장선상에 있다. 필름카메라(아사히 펜탁스 ME SUPER)를 처음 아버지에게 받았다. 그날 이후로 독학을 했다. 딱히 뭘 찍고자 해서 시작한 건 아니고 일단 사진이 나오지 않는 것에 분개했다(웃음). 그때 필름을 ‘겁나’ 날렸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생소했던 시절이라 무조건 카메라 관련 서적들을 독파했다. 이후 사진을 하며 자양분이 된 것들 중 하나인 건축과를 갔다. 군 제대 후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국내 고건축물 답사를 하며 이전에는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목격하게 됐다.


 

#전업작가가 된 결정적 계기는


1999년. 디지털 카메라가 나올 즈음이다. 카메라를 잠시 놓았다. 시(詩)를 공부했다. 전공도 아니면서 문창과에 시창작 수업을 들었다. 어느 날 동인 활동을 하던 한 선배가 내게 물었다. 초월아, 너는 왜 시를 쓰냐고. 그때 마음과는 달리 궁색한 답변이 내 입에서 나왔다. 그냥 취미로 하는 거라고. ‘사는 게 무슨 취미냐’며 호되게 꾸중을 듣고 그제 서야 눈을 떴다. 당시에는 내게 시라는 건 판타지 같은 것이었다. 시를 억지로 만들어 쓰려고 했던 무지함. 단지 등단을 위해 시를 쓴 거였다. 그만큼 얕았던, 깊이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시를 놓았다. 다시금 카메라를 손에 쥐고 사진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그게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현재의 박초월은 어떤 <사진가다움>으로 살아가고 있나


사진으로 시를 쓴다. 소설이 한 편의 영상이라면, 시는 한 컷의 사진이다. 단 한 컷의 이미지로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결국 건축과 시라는 게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텃밭이 된 거다. 건축의 점, 선, 면, 구성, 적확한 비율과 이미지적인 은유, 낯설게 하기 등의 텍스트적인 표현법과 믹싱해 지금의 창의적인 표현기법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IMG_1830.jpg

사진작가 박초월. 포레스트 DB ⓒ forest-news



 

#촬영할 때의 마음가짐

감성으로 보고 이성으로 찍어라. 그리고 좀 더 깊어지자.


 

#흔히 듣는 질문이겠지만 추천할 만한 촬영지가 있다면

하루 중 당신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이 가장 훌륭한 출사지다. 익숙한 동네에서 낯설음을 발견한다면, 또한 빤한 곳에서도 빤하지 않은 사진들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곳, 거길 한 번 더 가 보는 것, 그곳이 가장 좋은 장소라고 말해주고 싶다. 굳이 어딜 가야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