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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작은 역할에도 조명은 비친다

#연극 #조명 #어니언킹 #츄파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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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DB ⓒ forest-news 이윤기 기자



그는 극단 어니언 킹의 배우다.


첫 작품 '나무목 소리탁'(극단 자유바다)을 시작으로 5년차 배우로 활동 중인 그는 극단 '이틀'에서 김지용 연출가와 함께 햄릿, 오델로와 같은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단지 무대 위에 올라 마음껏 뛰어 노는 게 좋아 시작한 일이다. 그럼 어쩌다 연기 하는 사람이 아닌 그들 등 뒤에서 투광하는 사람이 됐을까.


그가 단독으로 빛을 밝히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 생활만으로 버티기에는 워낙 허기지고 팍팍한 생활이라 오매불망 배역만 기다리면서 밥벌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극단에서 무대 설치 작업이나, 사다리를 타고 그 자신을 위한 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시하는 대로 기계 조작만으로 빛을 다뤘지만, 대만 극단 <블랙 독>과 합작품으로 선보일 이번 작품 '초대(招待) 바다에게 말을 걸다'의 투광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빛이 들어와야 연기를 할 수 있다.


하나의 파라이트는 프롬프트를 보고 뉴스를 전하는 앵커와 같이 무대 위에서의 유일한 길 안내자인 셈이다. 연극 무대에서는 보통 파라이트로 이뤄진 실링 부분과 엘립 소네이트 등의 조명 장비를 쓴다.


화분 모양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파라이트라고 보면 되고 이것은 주로 무대를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색지를 넣어 배우들의 미세한 감정 표현도 조절할 수 있고, 빛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입체성과 무대의 질감을 달리할 수 있다. 이처럼 빛을 밝히는 것, 초점을 맞추는 것, 색상으로 정서를 표현하고 대비를 이루는 것 등, 조명에는 다양한 기능과 역할이 있다.


말 그대로 빛을 다루는 그의 손길 하나하나에 배우들의 동선이 결정되고,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그런 극적인 순간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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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DB ⓒ forest-news 이윤기 기자



씹고 욕하고 술자리는 역시 뒷담화다.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살아내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그는 무엇보다 공연이 끝난 직후 맛보는 희열감에 스스로 매료된다고.


그는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작품을 통해 연극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또한, 허투루 보내기 싫은 마음이 가득하다. 무슨 이야길 하냐고. 연출을 씹기도 하고, 누굴 욕하기도 하고, 씹고 욕하고 술자리는 역시 뒷담화다.


씹고 뜯는 와중에도 앞으로 너 뭐 할 거냐며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게 중에는 서울로 갈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다. 그 역시 서울에 대한 미련이 아예 없지는 않다.


서울로 가거나 말거나 그는 여전히 연기나 빛을 비추는 일 외에도 밥벌이를 위해 편의점과 주유소 알바를 뛰어야 한다. 수중에 돈이 없어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츄파춥스가 소주발림이 되리라곤 그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무리 작은 역할에도 조명은 비친다. 당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도 조명 아래, 무대 위, 관객 앞에 선 그를 자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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