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니즘 판타지...'동일본 지진' 모티브 얻어

이윤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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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a Takano_May All Things Dissolve, 2014, 230.2x650.2cm. 포레스트 DB ⓒ forest-news



2003년 유럽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아야 타카노(AYA TAKANO)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미술이라는 고급문화에 접목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앞 세대 작가들은 자연이나, 풍경을 통해 영향을 받고 자연스러운 그림을 많이 그렸다"며 "반면 우리 세대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작가의 영향을 받기 보다는 다양한 순정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고 전했다.


그의 작품에서 인물들은 주로 양성적인 외모에 부분적으로 옷을 입거나, 아예 옷 없이 가상의 현실세계를 떠다닌다. 소녀로 보이는 인물은 창조에 대한 갈망과 자유지향적인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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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a Takano. 포레스트 DB ⓒ forest-news



변형된 자포니즘×미량의 에로티즘


"기본적으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평화와 아이들의 자유로움이다. 보기에는 소녀로 보이지만 소녀도 소년도 아닌 그런 캐릭터다. 부유하는 것처럼 느낀 부분은 태아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보통 성인이 되면 여자는 여자, 남자는 남자 이렇게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는데 아이는 그런 역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는 일본의 망가와 SF 소설적 세계관, 그리고 미량의 에로티즘과 변형된 '자포니즘'(Japonism)을 주축으로 작업한다. 작품은 주로 소녀를 모티브로 하며 밝고 팝적인 일러스트에 에로틱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요소가 혼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파리를 주제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파리의 경우 거리에서 연인들이 자연스럽게 키스나 스킨십을 하는 것을 보고 에로틱한 그림을 주로 그렸다. 특히 부모와 아이가 함께 에로틱한 그림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었는데 프랑스는 그런 것들이 가능해 놀라웠다”


타카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아버지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 작품에서 돋보이는 특이한 형상의 동물, 도시와 지형들은 아버지의 서재에 주를 이루고 있던 자연 과학 및 SF 소설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림에 나와 있는 동물의 대부분은 동일본 지진에서 모티브를 얻어 표현했다. 멧돼지에 사슴이 업혀있는 그림의 경우, 동일본 지진때 실제로 일어난 일을 영상을 통해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한 것이다. 물에 떠다니는 동물들을 보며 ‘천국으로 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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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a Takano. 포레스트 DB ⓒ forest-news



타카노의 진가 '30년 이후의 미래에서'


특히 동일본 지진 자체가 작가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예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조금은 불량스러운 생활을 많이 했는데 동일본 지진 이후 방탕한 생활을 그만두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생활적인 부분이 바뀌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을 표현함에 있어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과거 그녀의 작품 속 주인공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듯 성향이 강했지만 재난 이후 그녀의 작품에는 강렬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더욱 신화적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조현화랑 관계자는 “타카노의 작가성은 아트 업계에서 아직 해석되지 않았다”면서 “90년대부터 최근까지 할리우드 영화는 1960년대 필립K.딕(Philip K.Dick)의 하드 SF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난해한 내용을 일반이 이해하기까지는 3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타카노의 진가는 이후 30년 이상의 미래에서야 이해될 것으로서 엄청난 미지의 정보가 넘쳐날 것”이라며 기대를 더했다.




자포니즘 판타지, AYA TAKANO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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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a Takano. 포레스트 DB ⓒ forest-news



1976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태어난 아야타카노는 2002년 타마 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일본의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이끄는 작가 집단 '카이카이 키키' 소속으로 도쿄에서 거주 및 작업 중이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0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에서 <아야 타카노, 디지털 갤러리를 위한 웹 프로젝트>전, 2006년 프랑스 리옹 현대미술관에서의 <아야타카노>전, 2007년 스페인 미로미술관 <전통과 현대>전, 2010년 독일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 <아야타카노>전 등이 있다.


2012년 프랑스 페로탱 갤러리(파리, 홍콩)에 이어 작년 일본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도쿄) 개인전을 열며 일본, 유럽 등지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룹전으로는 2009년 파리 라 메종 루즈 미술관 <VRAOUM>전, 2006년 영국 발틱 현대미술센터 <원숭이의 볼기를 때려라>전에 참여했고, 2005년 뉴욕 재팬 소사이어티 <소년: 일본의 폭발적인 하위 문화 예술>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