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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버스킹 'HONYANG'

'사라반드'는 비 오는 날 아침과 잘 어울렸다. 집 안에 가만히 앉아서 듣기 좋은 음악. 어딘지 모르게 그립고 쓸쓸한 기분이 된다. 스쳐 지나간 나날들을, 그리고 지금은 없는 소녀를 애도하기에 어울리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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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YANG. / 포레스트 DB ⓒ forest-news 이윤기 기자



"모두 잘 지내나요?"

멀리 라오스에서 게시된 페이스북 사진 한 장이 우리에게 들려준 그의 마지막 후렴구가 됐다.


지난 2015년 12월 6일 라오스 버스 전복 사고로 프랑스인과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숨졌다. 배낭여행 중이었던 한국인 관광객은 광안리 버스커 '혼양'(혼자 노는 양, 김민영)으로 알려졌다. 


혼양은 앞서 10월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고 앨범 수록곡처럼 '기억이 멈춘 시간에' 그녀의 시간도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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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YANG 페이스북. / 포레스트 DB ⓒ forest-news 이윤기 기자



때때로 당신이 걸었던 광안리 바닷가에서 마주쳤던 싱어송라이터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감미로운 버스커의 노래가락이 해변을 감싸고 화사하게 빛나던 그의 하얀 얼굴이 또렷이 기억난다. 

아쉽게도 공연 도중 자리를 떠야만했다. 사진 촬영을 하던 중 마주쳤던 그와의 가벼운 눈인사 그뿐이었다. 


때때로 소녀의 노래가 그리워질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혼양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 줬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비록 시작은 혼자였지만 늘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놀았던, 이제는 없는 혼자 노는 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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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YANG. / 포레스트 DB ⓒ forest-news 이윤기 기자




다음은 생전 그와 나눈 일문일답.


싱어송라이터 ‘혼자 노는 양’ 그 뜻은?

서울 낙성대에 '혼자 노는 양'이라는 바(Bar)가 있다. 부산에 이사 와서는 많이 못 갔지만 예전에는 단골이었다. 한창 활동명을 정해야 하는데 좋은 단어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었고 특색이 있는 나만의 이름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혼자 노는 양' 바의 사장님이 활동명 정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니 바의 이름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뜻하는가 하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플레이를 혼자하고 신앙이 기독교인데 양이라는 뜻이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해서 '혼자 노는 양'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유니크함 때문이다. 슬프게도 가끔 '혼자 사는 양'이 아니냐고 사람들이 되묻고는 한다.


 

강원도 원주에서 어떻게 부산까지 오게 되었나?

고향은 강원도 원주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부산에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20대 끝자락 삶이 너무 힘들어 부산을 찾아왔는데 광안리에서 누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발목이 붙잡혀 그 곳을 지나가지 못하고 한동안 노래를 듣는데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꽂혔다. 노래를 오래하긴 했지만 밖에서 노래를 하는 버스커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때 그분들의 노래가 힘이 되고 감동이 된 계기로 나도 부산에 이사를 와서 버스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 바로 짐을 싸들고 무작정 부산에 왔다.


 

버스킹을 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느낌은 어떠한가?

처음 시작할 땐 어색하다. 세팅을 하고 불을 켜고 앉아 한 두곡 부르고 나면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한다. 원래 없던 무대인데 사람들이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90년대부터 어제 발표된 곡까지 모든 음악을 신청곡으로 다양하게 받으려고 노력한다. 때때로 관객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페이스북으로 교류하며 친구가 되기도 한다.


 

버스킹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관객은?

목이 아플까봐 음료를 사서 앞에 놓고 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감사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관객은 여름날 조명으로 인해 벌레가 많이 꼬이는걸 보시고 에프킬라를 사서 노래하는 동안 놓고 가셨던 분이다. 그분은 아마도 사람을 재지 않는 분일 것이다. '내가 이거 사주고 간다고 해서 쟤가 날 기억하겠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정말 그분께 감사했고 이런 일들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감동으로 남는다.


 

어떤 곡을 좋아하며 노래를 잘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박정현을 제일 좋아하고 박혜경과 박효신도 좋아한다. 박 씨를 좋아하나 보다(웃음). 노래를 잘한다고 느끼는 것은 정말 주관적인 것 같다. 기본적인 박자나 음정이란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뛰어 넘는 소울은 뭐라 정의 내릴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듣기에 좋으면 좋은 음악인 것이다. 모든 게 개인의 취향이니깐 편하게 들으면 된다.


 

음악을 통해 혼양이 하고 싶은 일은?

인생에서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는 되는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날 좋아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마음을 얻고 움직인다는 것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자주 느낀다. 부산으로 이사 오기 전 광안리에서 노래하는 분들을 보면서 분명 지나가야하는 스케줄이었지만 지나가지 못하게 붙잡는 그때를 떠올리면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신한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 계속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청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항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고 싶다. 부산에 우연히 왔던 것처럼 홀연히 또 다른 곳으로 갈 수 도 잇고. 지금은 음악이 좋아 음악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일이 좋아진다면 언제든지 도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매번 행복한건 아닌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나는 굉장히 행복할 거야'는 환상이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게 당신이 선택하고 싶은 대로 선택하라 이야기 해주고 싶다. 나의 엄마는 항상 말씀하신다.


"있을 땐 팍팍 먹고 없을 땐 굶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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