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나오면 살려 준다

이윤기 기자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장희철 #진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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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배우 진선미, 장희철 감독. 포레스트 DB ⓒ forest-news



“영화제 관계자들, 또는 기자들이 제 영화에 대해 묻는 많은 질문들 가운데 공통된 것들이 있다. 혹시 가난하고 힘들고 어려운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으냐고. 내겐 ‘그런 사람들’이 아니고 바로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화려한 (상위 계층의)사람들은 잘 모른다(웃음)”


카세 료를 처음 발견할 수 있었던 ‘안경(2007)’ 이라는 일본영화가 떠올랐다.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2분 정도 더 참고가면 거기서 그리움인 동래역사가 있고, 역사 내에서 어김없이 미스진의 체조를 볼 수 있다.


기이한 메르시 체조를 하는 조그만 바닷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그 장소만 바뀌어 우리에겐 친숙한 동래역에서 이뤄지는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최악의 조건들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따뜻한 관계 맺기가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감독은 사람들과의 ‘끊어진, 혹은 단절된 관계’에 대해 고민을 했고, 그 끊어진 관계를 안고 사는 이들의 ‘관계 맺기’에 대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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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스틸컷.



관계 맺기의 첫 #장 감독


처음 이 이야기(미스진은 예쁘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김정한 선생의 단편 ‘제3병동’에서 비롯됐다.


내용 중에 마지막 영안실 장면의 가족은 세상과 단절된 모습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사람들의 모습이 있을 거란 생각에 노숙자 및 무적자 계층을 생각하게 됐다.


‘관계가 없다면 그들의 관계를 다시 이어주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영화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부산이 춥지 않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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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스틸컷.



미스진은 예쁘다 #진선미


장 감독의 평소 모토가 "내 영화에는 나쁜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예쁜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타이틀은 내가 지어줬다(웃음).


아줌마란 소릴 듣기 싫어하고 노숙자임에도 유난히 청결한 ‘미스 진’이라는 인물은 약간 외계인 같은 캐릭터이다. 무심한 듯 보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매력으로 극중 인물들과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오전 일찍 촬영 준비를 위해 동래역을 찾을 때면 주변에서 먼저 알아보시곤 ‘어이~ 미스진!’이라고 인사를 건네준다. 이럴 때야말로 완벽한 메소드 연기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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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역 #장 감독


동래 지하철 역 뒤편으로는 부산과는 또 다른, 시간이 전혀 다른 형태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의 동네가 있다. 그곳이 바로 8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동해남부선 동래역이다. 


영화 촬영 장소로 정하게 된 것도 동래만의 이런 특색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서 한 시대의 어떤 의미 있는 공간을 손쉽게 해체해버린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극중 말미에 노숙자들이 함께 소풍을 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해운대에서 기장 월내로 가는 기차 편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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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스틸컷.



애드리브의 여왕 #진선미


25년차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 연극도 하고 아이들 가르치기도 하고, 이렇게 좋은 감독님 만나서 영화도 찍고 있다. 


첫 데뷔작은 고등학교 때 <신데렐라>라는 무대를 통해서다. 물론 신데렐라의 둘째 언니, 바보 언니 역할이었다(웃음). 


이번 영화에서는 대본에 있는 대사가 30%, 나머지 모두 현장에서의 애드리브(즉흥 대사)로 소화했다. 무엇보다 장 감독이 평소에 잘 쓰는 말로 대사를 하라는 주문이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다만 편집 때 애를 많이 먹었다고 장 감독이 누누이 일러줬다. 대사가 재밌긴 한데 분량이 감당 안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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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배우 진선미, 장희철 감독. 포레스트 DB ⓒ forest-news



춤 추고 나오면 살려준다 #장 감독


영화 속에 유난히 먹는 장면이 많다. 또 노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그 중에 미스진의 그림자 꼬맹이(박나경)랑 숨바꼭질도 하는데, 꼬맹이가 귀신같이 사람을 잘 찾는다(웃음). 


의외로 매번 미스진을 놓치는데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 “춤 추고 나오면 살려준다”는 주문이 있다. 대개 ‘꼭꼭 숨어라’는 술래의 다음 대사는 ‘못 찾겠다, 꾀꼬리’로 이어지는데, 부산에는 달랐다. 실제로 아이들이 그런 주문을 외는 것을 보며 사소하지만 신선한 놀이문화에 대한 경외심이 일었다. 


“춤이라고? 부산사람들, 좀 놀 줄 아는데”라고. 평소에도 이런 놀이문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다. 놀면서 큰다는 말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함께 놀면서 사회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