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1 09:37

"한일월드컵 2주면 끝날 줄 알았는데"...4강 신화 일조한 5성급 호텔 셰프

윤은정 기자


1R8B3208.jpg

남관율 셰프. ⓒ forest-news 이윤기 기자



“곰탕 한 번 해볼래?” 부친이 목욕탕에서 무심코 건넨 이 한 마디가 셰프가 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 순간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조리담당을 맡았던 그는 “당시 2주면 끝날 것 같았는데, 대표팀이 4강까지 가는 바람에 한 달 반 정도를 고생했다(웃음). 결국 내 밥 먹고 4강까지 간 것 아니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부산의 5성급 호텔 총주방장(조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남관율(경력 28년) 셰프. 결국 진정성만이 통한다. 진정성으로 승부하고 양심과 자존심이 최대 덕목이라는 남 셰프의 ‘인생 레시피’에 대해 들어봤다.



전직 대통령의 음식도 주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회만찬'(Main worker)을 맡은 바 있다. 또 부산국제영화제 최초 행사팀에 참여했으며 그외 북한 총리와 케냐 대통령 등 국빈급 VIP 행사를 담당했다. 당시 내가 직접 메뉴를 만들어 대통령과 해외 유명 대사들의 음식을 제공하면서 그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마무리 됐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총주방장에 오르기까지 과정

현 특급호텔과 메이저리조트, 해외근무, 외식업체 등 여러 업태의 서비스 업종에 종사 하면서 양식, 한식, 중식, 일식, 멕시칸, 아시안푸드 등 조리 전반과 조리 및 메뉴 연구(R&D), 외식업체 관리, 대규모 호텔, 리조트 오픈 프로젝트와 리뉴얼, 외식업체 신설 관련 프로젝트 기획 등을 경험했다. 또 조리사 자격시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대학에서 조리인 양성에 일임하고 있다. 사실 이 과정에서 너무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더러 있었지만 그 순간마다 꼭 한 번 메이저에서 총주방장이 돼야겠다는 목표로, 그 일념으로 힘든 과정을 이겨낸 것 같다. 다행히도 많지 않은 나이에 총주방장이라는 목표를 이뤄냈고 그렇게 이겨낸 시간들이 벌써 28년이 됐다.



집에서도 요리를 즐겨하는지

예전에는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고 아이가 크면서 혹은 아내가 하는 일과 내가 하는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 많았다. 주말부부 내지는 월말부부일 때도 집에 가면 늘 아내가 밥상을 차려줬는데 이제는 반대로 아내가 내게 무엇을 해줄 것이냐고 물어본다. 오늘도 (손님이 된)아내에게 밥상을 차려야 한다(웃음).



1R8B3305.jpg

남관율 셰프. ⓒ forest-news 이윤기 기자



애착이 가는 요리가 있다면

동남아 요리는 굉장한 매력이 있다. 그중에서도 태국음식에 애착이 많이 간다. 개인적으로 태국음식이 세계 3대 요리 못지않게 매우 훌륭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맵다, 차다, 뜨겁다, 라는 표현조차도 다른 느낌이랄까. 더불어 인도음식에도 관심이 많다. 영국에서 잠깐 생활을 했었는데 인도음식이 없으면 영국음식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에 인도식당이 참 많았고 인상이 깊었다.



셰프로서 장단점이 있다면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사람만의 고유한 감각, 미각을 예술적으로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의 단점이라 말하자면, 조리가 나무라면 ‘기둥’을 보고 호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를 보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조리의 진정성을 제대로 판단하고 조리에 대한 호응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매체로 인해서 조리의 진정성이 왜곡됐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좋은 음식, 훌륭한 음식이란

상품성이 높다고 하는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시각, 두 번째가 미각, 마지막이 후각이 아닐까 싶다. 이를 테면 아주 오래 전, 어렸을 때 일이다. 만나던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의 인상은 흐릿한데 후각은 기억하고 있더라. 그 향이 '샤넬 no5' 향수로 알았는데 샤워코오롱이더라(웃음). 감성적으로 접근하자면 음식은 된장찌개를 먹던 김치를 먹던 그 음식을 가장 진하게 느끼는 것은 향이 아닐까 싶다. 그 향이 진하거나 혹은 짧거나, 그 향이 짧다가 뚝 떨어지는 듯한 음식은 상품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